쟁의행위라고 하면 뭐든 정당할 거라 생각하셨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무실을 점거하고 근무를 막았다면 그 순간부터는 범죄가 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형법상 ‘업무방해죄’라는 벽을 넘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판례인 [대법원 1990. 9. 28. 선고 90도602 판결]을 바탕으로, 어떤 행위가 형사처벌까지 이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하철노조 사무실 점거 사례
서울지하철공사의 노조원들이 회사 측과의 갈등 끝에 단체행동을 벌였습니다. 문제는 그 방식이었습니다. 1989년 2월 28일, 노조는 회사 본관 앞 마당에서 1,7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총회를 열고, 본사 건물 전체를 점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시자는 노조위원장이었고, 각 지부별로 교대로 사무실을 점거하며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라는 계획도 있었습니다.
이 지시에 따라 조합원들은 사무실 안으로 몰려 들어가 기존 직원들을 내보낸 후 며칠 동안 건물을 점거했고, 그로 인해 회사의 정상적인 업무가 마비되었습니다. 일부 간부들은 이 상황에서 직원들의 출근을 막고,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부르며 농성을 이어갔습니다.
이처럼 지하철노조 사무실 점거로 근무 방해한 업무방해죄에 대한 핵심은 ‘점거의 방식’이 정당한 쟁의권 행사로 볼 수 있는지를 따지는 데 있습니다. 단순한 주장이나 의견 표시를 넘어서 회사의 일상 업무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수준이라면 그 순간부터는 범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출근 막고 탈의실 점거하면 업무방해죄? 👆업무방해죄 성립과 쟁의권의 한계
쟁의행위는 헌법 제33조 제1항에 의해 보장되는 근로자의 권리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 하더라도,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면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공공의 질서나 타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기본권의 제한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하철노조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무실을 점거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로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무실을 물리적으로 점거하여 기존 근무자들을 내쫓고 업무 자체를 마비시켰기 때문입니다.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첫째, 절차상 위법이 없어야 하며, 둘째,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없었고, 사무실 내의 집기 파손과 무단 점거는 수위를 넘어선 폭력적 수단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지하철노조 사무실 점거로 근무 방해한 업무방해죄는 단체행동이더라도 그 수단이 강압적일 경우 성립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본 이유
판결문에 따르면 쟁의행위 자체가 노동조합과 회사 간의 권리 또는 이익 분쟁이라는 점은 인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방식이 문제였습니다. 근무 중인 직원을 강제로 내보내고, 회사 사무실을 무단으로 점거했으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단체행동으로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과격한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과 충족 여부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력 또는 허위사실을 이용해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여기서 ‘위력’이란 단순한 물리력을 넘어서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을 말합니다. 사무실을 점거하고 정상 근무를 마비시킨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하며, 따라서 형사책임이 발생합니다.
서울지하철 사무실 점거 무임승차 유도 행위 업무방해죄? 👆피고인별 판단과 실제 처벌 수위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8명 중 6명에게 유죄가 인정되었고, 2명에 대해서는 원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유죄 가능성을 인정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실행행위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사전에 계획에 공모한 사실이 있다면 공범으로서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피고인 2는 사건 당시 지방에 있었으나 며칠 뒤 상경해 농성에 참여했고, 피고인 3은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농성 계획에 필요한 스프레이 등을 준비하고 상황실에서 보고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공모에 관여했습니다.
이처럼 공모공동정범의 개념은 단지 실행에 나선 사람만이 아니라, 준비 단계에서 역할을 맡은 이들도 포함합니다. 그 결과, 이들은 업무방해죄뿐만 아니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 혐의까지 함께 유죄가 인정되었습니다.
도로에서 농성 주도하면 업무방해죄? 👆쟁의행위로 위장된 폭력은 처벌 대상
대법원은 [90도602] 판결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했습니다. 쟁의행위가 단체행동이라는 외피만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폭력이나 위력에 의한 방법을 취한다면 이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점입니다. 노동조합 활동은 정당한 권리이지만, 그 수단은 법적 테두리 안에 있어야만 면책이 가능합니다.
관련 법령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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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3조 제1항: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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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7조 제2항: 공공복리 제한 가능성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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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의 구성 요건과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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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쟁의조정법 제30조, 제31조: 중재 회부 시 쟁의행위 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