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을까요? 특히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고 판단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허위라는 인식이 없었다면 과연 죄가 성립할까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도4949 판결]은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특허권자였던 피고인이 자신이 가진 권리를 행사한다고 믿고 보낸 내용증명이, 오히려 업무방해로 기소되었던 상황인데요. 그 판결을 통해 어떤 경우에 허위사실 적시가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지를 짚어보겠습니다.
특허침해 주장으로 내용증명 보낸 사례
이 사건은 피고인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와 타인의 공유로 된 특허권에 대해 무효심결이 난 이후, 해당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경쟁업체의 거래처에 내용증명을 보낸 행위로 인해 문제가 되었습니다. 특허는 아직 무효심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피고인은 자신이 가진 특허권이 유효하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경쟁업체인 성훈이엔지가 유사한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해당 제품은 우리 회사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게시하고, 해당 회사의 주요 거래처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습니다. 이 행위로 인해 피고인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형법상 명예훼손’, 그리고 ‘업무방해’로 기소되었는데요.
검찰은 피고인이 특허가 무효로 판단된 상태에서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거래처를 혼란에 빠뜨리고, 피해자의 정상적인 영업을 방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측은 아직 무효심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자신이 보낸 내용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기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반박했지요.
경쟁업체가 네이버 광고 부정클릭 업무방해죄? 👆2009도4949 판결
판결 결과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로 환송했습니다. 즉, 피고인에게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피고인이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사실을 적시했는가’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허위사실을 적시해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실이 허위일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그 사실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허위임을 몰랐다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특허심판원에서 무효심결을 받았지만, 그 결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특허권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심지어 해당 특허는 국가기관의 심사를 거쳐 등록된 것이고, 피고인이 보기에도 경쟁사의 제품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도 있었지요.
판결 이유
[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9도4949 판결]의 핵심은 업무방해죄의 ‘범의’, 즉 고의성 판단에 있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에 따르면,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속임수 등)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하면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허위 사실’이라는 건 단순히 사실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이를 알면서도 유포한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피고인은 무효심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고, 본인의 특허가 유효하다고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피해자 회사의 제품도 외형상 특허의 특징을 일부 포함하고 있었기에 피고인이 침해라고 판단할 여지도 있었지요. 따라서 피고인의 행동이 비록 피해자 측에 불이익을 줄 수 있는 내용이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로 인식하고 유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판례에서는 피고인이 단지 무효심결이 내려졌다는 사실만으로 특허가 확정적으로 무효라고 인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지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대법원은 원심이 ‘허위의 인식’이라는 가장 핵심적인 요건을 충분히 증명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유죄 판단을 뒤집은 것입니다.
물류센터 물류차량 차단 업무방해죄? 👆허위사실로 기소됐을 때 대처방법
현실에서는 이와 유사한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내가 믿고 있는 사실이 실제로는 다르다고 판단되어,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하는 경우 말이지요. 특히 특허나 상표권, 저작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을 둘러싼 분쟁에서 이러한 충돌은 흔하게 일어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비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만약 내가 피고인의 주장 때문에 영업상 피해를 입었다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관련 증거를 모으는 것입니다. 내용증명, 인터넷 게시글, 이메일 등 상대방이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황과 그로 인해 실제로 매출이 줄었다거나 거래가 중단된 증거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침착하게 대응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맞대응하는 방식은 되레 또 다른 법적 분쟁을 일으킬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고인 입장
반대로 내가 사실이라고 믿고 한 말이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가 있었다는 점을 문서나 기타 증거로 보여줘야 합니다.
또한 상대방에게 해를 주려는 의도가 없었고,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는 점도 강조할 수 있으면 방어에 도움이 됩니다. 무작정 사과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이유와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법적으로 대응하고자 한다면, 허위사실임을 입증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 사실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유포했다는 점, 즉 ‘범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검찰이나 수사기관에 입증해야 합니다. 이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사실관계가 다르다고만 주장할 게 아니라, 상대방이 그 사실을 허위로 알고도 유포했다는 정황—예를 들어, 특허가 이미 무효로 확정됐다는 점을 피고인이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등을 제시해야 수사와 재판에서도 효과적인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입장
업무방해죄에서 중요한 건 ‘허위의 인식’입니다. 따라서 무죄를 주장하려면, 내가 주장한 사실이 허위라는 걸 몰랐고, 오히려 진실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들을 강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특허가 아직 무효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상대방 제품이 내 특허와 유사하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기술적 내용이나 변리사의 자문 의견 등을 제시하면 신빙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초기 대응에서부터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업무방해죄나 명예훼손죄는 법적 구성요건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변호인 없이 단독으로 대응하기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릅니다. 이 사건처럼 고의성 판단이 핵심 쟁점인 경우에는, 법률전문가의 변론 전략이 사건의 향방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