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쟁의 중 안전시설을 차단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실까요? 실제로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자칫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전보호시설’이라는 용어가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불명확해 혼란이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죠. 이번 글에서는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5도9825 판결을 중심으로, 사업장 점거 중 발생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어떻게 판단되었는지,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사업장 점거 후 안전시설 차단 사건
노동쟁의 중 발생한 안전시설 차단 사건을 중심으로 상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피고인들은 한 제조업체의 노동조합원들로,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취지로 쟁의행위를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이들은 쟁의의 일환으로 작업장을 점거하고, 일부 설비의 작동을 멈추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되었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업장 내에 설치되어 있던 안전보호시설 일부도 함께 작동이 정지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검찰은 이와 같은 점거 및 설비 차단 행위가 사업장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피고인들에게 ‘업무방해죄’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에 따라, 생명·신체에 관한 안전보호시설은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음에도 이를 차단하였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쟁점은 바로 이 ‘안전보호시설’이 어떤 범위까지 포함되는지를 둘러싼 논란이었습니다. 피고인들은 본인의 행위가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으며,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하는 장비를 고의로 정지시킨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쟁의행위의 정당성,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충족 여부, 그리고 안전보호시설의 개념 해석이 핵심적인 법리적 논점으로 다뤄지게 되었습니다.
출입금지 가처분 결정된 회사 진입하여 업무방해죄? 👆2005도9825 판결결과
쟁의행위 중 안전시설 차단이 실제로 업무방해죄로 이어졌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판결 결과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에서 일부 피고인에 대한 유죄를 확정하고 일부에 대해서는 감경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즉, 쟁의행위라고 하더라도 안전보호시설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등의 행위는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은 “사람의 생명·신체의 안전보호에 필요한 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는 규정을 담고 있는데요, 이 규정을 피고인들의 행위에 그대로 적용하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판례번호 2005도9825는 이처럼 노동조합 활동이 일정한 한계를 넘어서면, 즉 법이 정한 안전시설을 침해하거나 차단하는 경우에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로도 처벌받을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판결 이유
대법원은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당성 결여’라고 판단했습니다. 아무리 노동조합의 정당한 목적을 위한 쟁의행위라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와 관련된 안전보호시설까지 정지시키는 경우에는 정당한 행위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법원이 지적한 점 중 하나는 ‘안전보호시설’의 개념이 추상적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안전보호시설이란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설비로, 사업장의 성질·기능·운영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므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피고인들이 점거 과정에서 정지시킨 장비가 안전보호시설로 판단되었고, 이에 따라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본 것입니다.
상표권 분쟁 중 유인물 배포 업무방해죄? 👆노동조합 쟁의 중 유사 상황의 대처법
이번 판례와 같은 사례는 실제 노동조합 활동 현장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쟁의행위 중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어떤 점들을 주의해야 할지 비법률적, 법률적 관점에서 각각 살펴보겠습니다.
비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회사의 입장에서 쟁의행위로 인해 작업이 중단되었거나 설비가 정지되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기록하는 일입니다. 사진, 영상 등으로 안전보호시설의 작동 여부나 정지 경위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다음에는 노동조합과의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제3자인 지방노동위원회 또는 고용노동부와 같은 기관에 중재를 요청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무리하게 자력으로 대응할 경우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거나 법적 분쟁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 입장
노동조합원 또는 간부의 입장에서 쟁의행위를 진행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면, 자신이 개입한 범위와 행위의 목적을 명확하게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쟁의행위 중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설비가 왜 정지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또한 실제로 해당 설비가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거나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사후 분쟁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회사는 설비 정지나 생산 차질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업무방해죄로 고소하기에 앞서 먼저 쟁의행위가 법적으로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노동쟁의조정법 제14조, 제16조 등에서는 쟁의행위의 정당성 요건을 명확히 정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반한 정황이 있다면 형사고소가 가능해집니다.
또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 제2항에 의거하여 안전보호시설이 정지되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보다 확실하게 업무방해 혐의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피고인 입장
쟁의행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법적 조력을 받는 것입니다. 자신이 진행한 행위가 법적으로 정당한 쟁의행위였는지, 혹은 정당방위나 긴급피난에 해당할 여지는 없는지를 철저히 검토해야 합니다.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 규정이나 제16조 ‘법률의 착오’ 규정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모든 쟁의행위가 무조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판례에서 인정한 기준에 따라 본인의 행위가 적절했는지를 입증하는 자료가 필요합니다.
또한 이후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동조합 내에서도 쟁의행위 시 안전설비 관련 매뉴얼을 만드는 등의 예방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