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전날, 노조 간부들이 회사 설명회를 막았다며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시비 문제를 넘어서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 범위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 고소나 고발을 당한 분들이 많아 불안하실 수 있기에, 해당 판례를 기준으로 어떤 경우에 무죄가 인정될 수 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드리겠습니다.
철도노조 간부들의 설명회 저지 사례
2010년 5월 12일로 예정된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을 앞두고, 사용자인 한국철도공사는 파업 참여를 막기 위해 전국 사업소를 순회하며 직원 설명회를 열고 있었습니다. 서울차량사업소 역시 그 대상 중 하나였죠. 그런데 파업을 하루 앞둔 5월 11일, 서울차량사업소 주차장 앞에는 철도노조 간부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회사 측 본부장이 건물로 들어가려 하자 몸으로 막고, 욕설을 섞어가며 항의했습니다.
당시 본부장은 직원들에게 “노조의 파업이 부당하다”는 설명을 하려던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노조 측은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하고 저지에 나섰던 것이죠. 결국 이들은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었습니다. 해당 사건은 서울서부지방법원 2011.11.3. 선고 2011노513 판결에서 다뤄졌고, 판결 결과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는 내용이었습니다.
공장 점거파업 연대활동 업무방해죄? 👆2011노513 판결결과
판결 결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에서는 벌금형이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원심 판결 중 피고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 뒤 무죄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피고인들이 행한 행동이 형법상 업무방해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본 결과였습니다.
판결 이유
먼저 공모 여부에 대해 법원은 피고인들이 사전에 의사를 모았는지 여부보다는 현장에서 상호간의 행위를 인식하고 암묵적으로 협력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동정범의 가능성은 있다고 판단했지만, 정작 중요한 쟁점은 따로 있었습니다.
핵심은 본부장이 진행하려 했던 ‘직원 설명회’가 과연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느냐는 점이었습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은 위력 또는 기타 방법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업무’는 사회적으로 정당한 활동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회사 측이 설명회를 개최하려 한 시점, 장소, 내용은 파업을 앞둔 시기에 노조의 단체행동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던 것으로 보였습니다. 특히 서울차량사업소장이 “내일 파업이니까 오신 거예요. 파업하지 말라고”라고 말했던 정황, 설명회 내용이 ‘철도공사 이미지 실추 방지’를 내세웠던 점 등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에서 금지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었습니다.
즉, 이 설명회 자체가 위법의 소지가 있는 활동이었다면, 이를 막는 것이 반드시 범죄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피고인들이 현장을 몸으로 막고 욕설을 한 부분이 다소 과격하더라도, 그 목적이 부당노동행위를 제지하기 위한 것이었고, 실제로 이를 그렇게 인식한 데에 정당한 사정이 있었다면 범의(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 또는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성매매업소 앞 병풍과 차량으로 영업 방해 업무방해죄? 👆파업 방해 설명회 저지와 법적 대처 방법
철도노조 사건처럼 회사와 노동조합 간의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말싸움이나 몸싸움이 아니라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언론의 자유, 그리고 부당노동행위 금지의 경계가 복잡하게 얽힙니다. 실무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비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회사가 설명회를 개최하려 했는데 외부인이 이를 저지했다면, 우선 상황을 명확히 기록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시의 현장 사진, 녹음, 녹취록, 참석자 진술 등은 모두 중요한 증거로 쓰일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방해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법적 판단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황을 최대한 빠짐없이 확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또한, 사내 설명회의 목적과 내용이 ‘조직 운영이나 이미지 개선’ 등 객관적으로 정당한 목적임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 정당한 업무였음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입장
설명회를 막은 것이 정당한 항의였다고 판단된다면, 당시 상황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단순히 “부당해서 그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점에서 부당노동행위였는지 근거를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설명회 직전 사용자 측의 언행, 설명회 내용, 시간과 장소의 선택 등 부당노동행위로 의심될 만한 정황을 정리해 진술 자료를 준비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또, 같은 노조 간부들이나 당시 현장을 목격한 증인들을 확보해 진술을 받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법적 절차를 통해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려 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업무’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형법 제314조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정당한 업무만을 보호 대상으로 보고 있으므로, 설명회의 내용이 정치적 목적이 아닌 회사의 정당한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노동조합법 제81조에 따라 부당노동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률 자문을 거쳐 고소장을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이 설명회를 부당노동행위로 해석하게 된다면, 고소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고인 입장
업무방해죄로 수사를 받게 됐다면, 단순히 “항의한 것뿐이다”라고 말해서는 무죄를 받기 어렵습니다. 앞서 본 판례(서울서부지방법원 2011.11.3. 선고 2011노513 판결)처럼, 설명회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객관적인 정황을 충분히 제시해야 합니다.
법률적으로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금지)와 형법 제314조(업무방해죄)의 경계를 중심으로 논리를 구성해야 하며, 가능한 경우 판례를 근거로 제시하면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특히 본인의 행위에 범의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호사와의 긴밀한 상담을 통해 전략을 구성하고 방어 논리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결정적입니다.
매장 점거 시도 시위 업무방해죄? 👆결론
서울서부지방법원 2011.11.3. 선고 2011노513 판결은 노동조합 간부들이 파업을 앞두고 회사 측 설명회를 저지한 행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업무방해죄의 적용 범위와 한계를 다시금 분명히 해준 사례입니다. 특히 설명회 자체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저지한 행위는 업무방해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고성과 몸싸움의 문제가 아니라, 노조의 단체행동권과 사용자의 언론표현, 설명회 개최의 정당성 여부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이 해당 설명회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식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인식이 실제 상황과 일정 부분 부합했다는 점에서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입니다.
이러한 판결은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 활동의 정당성과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상황의 맥락, 의도, 정황 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사 집단퇴사 업무방해죄? 👆FAQ
파업을 앞두고 회사가 직원들에게 설명회를 여는 건 합법인가요?
설명회의 내용과 목적, 시기, 방식에 따라 다릅니다. 정당한 경영 설명이나 안전교육이라면 합법일 수 있지만, 파업을 방해하려는 목적이 명백하다면 부당노동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욕설이나 고성이 있었다면 무죄가 어려운 거 아닌가요?
단순한 욕설이나 고성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욕설이 있었더라도, 그 상황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항의라는 점이 인정되면 무죄가 나올 수 있습니다.
부당노동행위로 의심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행위의 내용을 녹음하거나 기록해두고, 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근거와 함께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당했을 때 방어 자료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회사의 설명회가 정말 부당노동행위였는지는 누가 판단하나요?
최종적으로는 법원이 판단합니다. 다만 노동위원회나 고용노동부의 판단도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며, 설명회가 열린 상황, 시점, 내용, 파업 직전 시기 여부 등이 주요한 기준이 됩니다.
해고된 노조 간부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나요?
노조 간부가 해고 상태이더라도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위의 목적이 정당한 노조 활동의 일환이라면 무죄로 판단될 여지도 존재합니다.
공모 여부는 어떻게 판단되나요?
사전에 계획이 없어도 현장에서 서로의 행동을 인식하고 협력한 것이 인정되면 공모로 봅니다. 이 경우에도 업무의 ‘정당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무죄가 나왔어도 회사에서 징계를 할 수 있나요?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왔다고 해도, 회사 내부 규정이나 인사규정에 따라 징계가 이뤄질 수는 있습니다. 다만 무죄 판결은 징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단순한 항의 목적이라면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나요?
항의의 방식이 정당하고, 방해한 ‘업무’가 형법상 보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다만 항의가 과도하거나 물리적 충돌이 있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업무방해죄와 명예훼손죄가 동시에 적용될 수도 있나요?
가능은 하지만, 각각의 요건을 따로 충족해야 합니다. 욕설이나 사실 적시가 명예훼손의 요건에 해당하면 별도의 처벌이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업무방해죄와 분리되어 판단됩니다.
이 판례가 다른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철도사업과 같은 공기업뿐 아니라, 민간기업 내에서도 비슷한 구조의 노사 분쟁이 발생할 수 있고, 이 판례는 그러한 분쟁에서 업무방해죄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