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가 예정된 상가에서 조합과 입점 상인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부 상인들이 재건축 반대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출입구를 막고 진행한 시위가 결국 ‘업무방해죄’로 기소되었고,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2008. 9. 10. 선고 2008고단2016 판결을 중심으로, 어떤 사정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졌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철거현장에서 발생한 업무방해죄 사례
서울 중구의 한 상가 재건축을 둘러싸고 입주 상인들과 재건축 조합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던 2008년 초,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시점에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상가는 조합이 중구청으로부터 재건축 인가를 받고 오피스텔을 신축하려는 과정에 있었고, 대부분의 임차상인들은 보상금을 받고 자발적으로 퇴거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은 조건에 반발하며 ‘철거대책위원회(철대위)’를 결성하고, 자신들의 생존권을 주장하며 집회를 이어갔습니다.
피고인은 바로 이 철대위의 위원장이었습니다. 그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재건축 공사장 출입구를 점거한 채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2008년 3월 11일에는 아침 9시부터 10시 45분까지 26명의 철대위 회원들과 함께 출입구 앞에 도열하거나 앉아서 연설과 구호 제창 등을 했습니다. 이로 인해 공사장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고, 공사 업무는 그 시간 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행동이 단순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서 타인의 업무를 물리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보고 검찰은 업무방해죄로 기소했습니다. 재판은 이들의 행위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사우나 세신사 방해 업무방해죄? 👆2008고단2016 판결
판결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8. 9. 10. 선고 2008고단2016 판결에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피고인이 2008년 3월 11일 및 이후 4월 8일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재건축 현장의 출입구를 막고 집회를 주도한 점을 들어, 형법 제314조 제1항의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형은 벌금 2백만 원이 선고되었고,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금 20,000원을 1일로 환산한 노역장 유치 기간도 정해졌습니다. 이외에도 판결 선고 전 구금된 100일은 위 벌금에 대한 노역장 유치 기간에 산입되었습니다. 다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판결 이유
법원은 피고인이 단순히 출입구 인근에서 집회를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차량 진입을 물리적으로 막았으며 그 목적 자체가 조합의 공사 업무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공사차량 출입을 막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시위를 진행했고, 그것이 계획적이며 조직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위력’의 행사가 있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피고인 측이 주장한 “출입구가 여러 곳이 있었고, 다른 출입구를 이용하면 공사는 가능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특정 출입구의 차량 차단만으로도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따라서 업무 전체를 완전히 마비시켜야만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결국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단순한 표현의 자유의 행사를 넘어서서, 타인의 정당한 업무를 ‘위력’을 통해 실질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판단하였고, 이에 따라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쇼핑몰 점거 시위 업무방해죄? 👆업무방해죄 인정 상황에서의 대응방안
업무방해로 문제되는 상황은 재건축, 철거, 분쟁 현장에서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공사현장이나 점유 갈등이 있는 곳에서는 집회나 시위가 자칫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비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피해자인 조합이나 공사업체 입장에서는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겼을 때 신속하게 현장을 확보하고, 방해 요소를 최소화하는 대응이 필요합니다. 우선, 시위나 집회로 인해 공사 진입로가 막혔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하고, 차량 차단 행위가 업무방해의 범위에 해당할 수 있음을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현장의 상황을 동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해두는 것이 나중에 법적 조치를 취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피고인 입장
반대로 피고인 입장에서는 사후적으로라도 자신의 행동이 단순한 의견 표현이었음을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차량 진입 자체를 막을 의도가 없었으며, 피켓 시위나 구호 제창이 평화롭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사전에 경찰의 안내에 따랐는지 여부, 이전 시위 때 별다른 제재가 없었던 관행 등을 강조하는 것도 유죄 여부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법률적으로는 업무방해죄로 고소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대응입니다. 이때 단순히 시위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차량 진입이 방해되었는지, 공사 일정에 차질이 있었는지 등의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합니다. 앞서 본 2008고단2016 판결에서도 법원은 사진, 녹화 CD, 증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따라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면 자료 확보가 관건입니다.
또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산명령이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므로, 경찰과의 협의 내용, 해산 요청 여부 등을 면밀히 기록해 두어야 합니다.
피고인 입장
피고인이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소사실의 구성 요건을 면밀히 따져보는 것입니다. 이 판례에서도 일부 집회 및 시위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인정되었는데, 이는 경찰의 해산명령이 정당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의 시위가 신고된 목적과 장소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질서를 해칠 정도의 위험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무죄 입증의 핵심이 됩니다.
또한 형법 제314조 제1항이 정한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이라는 요건을 필요로 합니다. 이 중 ‘위력’은 단순히 무력 행사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원이 물리적으로 위축감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한 경우도 포함되므로, 본인의 행위가 이러한 범주에 속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