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병원의 메인 서버에서 중요한 환자 관리 파일이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곧바로 전산 관리자였던 피고인이 범인으로 지목되었고, 업무방해죄로 기소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끝내 무죄로 결론 났습니다. 단순한 기술적 흔적만으로 사람을 범죄자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교훈을 남긴 판례,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13226 판결을 중심으로 이 사건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병원 서버가 삭제된 사건의 고소 사례
병원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는 일은 상상만 해도 아찔합니다. 환자 진료 기록, 수납 정보, 약 처방 내역 등 모든 데이터가 전산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메인 서버의 데이터가 손상되거나 삭제된다면 병원 전체의 업무가 마비되기 때문이죠.
이 사건은 부산의 한 병원에서 벌어졌습니다.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던 외부업체의 직원이었던 피고인은, 병원 컴퓨터 시스템의 메인 서버에 원격으로 접속해 핵심 파일을 삭제하고, 전산 관리용 프로그램까지 제거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습니다. 그 시점은 한밤중이었고, 병원은 이로 인해 다음 날 업무에 큰 차질을 겪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Radmin이라는 원격 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병원 서버에 침입했고, 이로 인해 환자관리 파일이 삭제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병원의 IP 주소와 피고인 컴퓨터의 흔적이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업무방해죄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건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명확한 물증은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정황은 디지털 로그와 시스템 정보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건은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에서 무죄로 뒤집혔고,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확정하게 됩니다.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13226 판결은 이러한 디지털 포렌식 증거의 한계와, 추론에 의한 유죄 판단의 위험성을 분명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열차 지연 유도 철도노조 간부 업무방해죄? 👆대법원 2010도13226 판결결과
이 사건은 피고인이 병원의 메인 서버에 접속하여 파일을 삭제하고, 그로 인해 병원의 진료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사안입니다. 하지만 판결의 결과는 무죄였습니다.
판결 결과
대법원은 원심의 무죄 판결을 그대로 확정하였습니다. 피고인에게는 형법 제314조 제2항에 해당하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71조 제11호 위반 혐의가 모두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즉, 피고인이 병원 서버에 침입하여 업무를 방해했다는 점에 대해 직접적인 증거가 없었고, 정황 증거만으로는 유죄를 확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판결 이유
대법원은 “직접적인 목격자 진술이나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디지털 로그나 간접 증거만으로 피고인의 범행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요한 부분은 병원에서 사용한 공인 IP가 고정이 아니라 유동 IP였다는 점입니다.
검찰은 피고인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Radmin 조각파일에 기록된 IP 주소가 병원 IP와 동일하다는 점에 주목했지만, 이 접속 기록은 사건 발생 시간과 정확히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즉, 사건 당일 접속한 기록이 아니라, 그 이전 시점의 접속 기록이었고, 단순히 동일한 IP라는 이유만으로 범행 시점에 피고인이 접속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또한, 피고인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Radmin 접속기록이 병원 서버에 접속한 증거라고 보기에도 부족했습니다. 그 파일들은 사건 발생 수개월 전부터 생성되었고, 정확한 접속 시점도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대법원은, 유죄의심은 들 수 있으나,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허위보도 방송 업무방해죄? 👆병원 전산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
전산 관련 범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로그, 조각 파일, IP주소 같은 기술적인 증거에 기반한 사건의 경우, 일반인들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큽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피해자와 피고인 각각의 입장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
비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병원과 같은 전산 기반 기관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면, 즉시 시스템 로그와 보안 기록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되거나 덮어씌워지는 로그들이 많기 때문에, 보존 명령을 IT담당자에게 빠르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내부 직원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접근 권한이 있었던 외부 협력업체, 계약자, 전 직원까지 포함해 의심 대상을 포괄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적인 분석은 내부 인력만으로 부족할 수 있으므로, 외부 디지털 포렌식 업체에 의뢰해 객관적인 분석을 받는 것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피고인 입장
본인이 의도하지 않았거나 기억나지 않는 접속 기록으로 의심받게 되었다면, 당황하지 말고 자신의 컴퓨터 사용 내역을 최대한 정확히 복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누가 언제, 어떤 환경에서 내 컴퓨터를 사용했는지를 증명하는 로그와 진술이 매우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시간대별 인터넷 사용기록, 프로그램 실행 내역, 원격 접속 로그 등입니다. 이 데이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디지털 포렌식 전문 변호사나 기술 전문가와 함께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법률적 대처방법
피해자 입장
형법 제314조 제2항에 따르면, 정보처리장치에 장애를 발생시켜 업무를 방해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합니다. 다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범행의 주체와 행위, 그리고 그로 인한 장애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그러므로 고소를 준비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피해사실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 분석 보고서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필요 시 변호사와 협력하여 고소장을 체계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피고인 입장
이와 같은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경우, 무엇보다도 형사소송법 제308조의 취지에 따라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증거가 없다는 점을 적극 주장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불리하게 보일 수 있는 정황증거에 대해서는, 그것이 실제 범행과 무관하다는 점을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하죠.
예를 들어, Radmin 조각파일이 단지 프로그램 사용 흔적일 뿐 범행 시점과는 무관하다는 사실, 해당 IP가 병원의 유동 IP와 겹쳤을 가능성 등은 유력한 반박 논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디지털 증거 반박에는 기술적인 해석이 필수적이므로, IT 전문가나 디지털 포렌식 분야에 밝은 변호인과 함께 방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